요즘 한창 빠져서 보고 있는 중국 드라마 '사마의 미완의 책사'입니다.
황제가 된 조비와 곽부인. 조비 역 배우 (이천, 판빙빙 남친) 잘생겼습니다.
사진출처 : http://program.tving.com/zhtv/simayi1/8/Board/View
중국어 공부겸해서 볼만한 방송이 뭐가 있을까 찾던 중에 재미있을것 같아서
보기 시작했습니다.
삼국지는 어릴적 게임, 소설, 만화책 등으로 접해봤던 지라 그 내용이야 뭐
뻔하지 않을까 했는데 사마의를 중심으로 각색이 되면서 내가 몰랐던 사실,
인물들, 책으로는 접할수 없던 구체적인 상황묘사 등이 많이 나오면서 기존에
알고있던 삼국지를 다시 한번 돌아보고 곱씹어 보게 만드는 훌륭한 드라마입니다.
제작비를 많이 투입했다고 들었는데, 전쟁씬 같은 스케일 큰 씬은 거의 없고
의상이나 배우들의 캐스팅에 비용을 많이 쓴 것 같습니다.
눈이 즐겁고, 배우들의 열연에 확 빠져들어서 3,4 편은 기본으로 연달아 보게됩니다.
1부가 총 42 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있습니다.
2부는 중국에서 제작중이라고 들었는데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는 모르겠네요.
스토리 :
큰 틀에서 이야기는 이렇게 전개됩니다.
초반 - 세자책봉을 둘러싼 싸움. 조비, 사마의 vs 조식, 양수
중반, 후반 - 조조의 죽음, 조비 황제 즉위. 조씨 친족 vs 사대부 싸움
삼국지 전체 에서보면 양수라는 인물은 계륵에 관한 일화로 유명하지만
딱히 대외적으로 뭔가 한게 없어서 비중이 적은 그저그런 인물이지만,
사마의의 일대기에서 보면 극 초반부 라이벌 구도를 이루는 굉장히
비중있게 다뤄지는 인물입니다.
마치 로마의 역사로 치면 카르타고 같은 존재입니다.
저 또한 양수란 인물에 대해서 잘몰랐기에 이 드라마가 흥미로웠습니다.
드라마를 접하기 전에 제가 사마의에 대해 알고 있던 것들은 촉의 제갈량에
맞서던 위나라의 군사 정도 였는데 그건 사마의의 아주 일부분인것 같습니다.
적어도 1부 까지는 사마의가 전장에 나가는 씬은 딱 한번 반란군을 제압하러
가는 모습입니다. 1 부까지는 군사로서의 모습보다는 처세술에 능한 정치가의
모습이 많이 그려집니다.
드라마 내내 사마의가 바닥에 찰싹 업드리는 장면이 참 많이 나옵니다.
진실과 허구
역사를 기반으로 했지만 드라마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각색은 있겠지요.
어느부분까지가 사실이고 어느부분은 각색일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보는것도
재미있습니다. 그러나 그 각색의 정도가 지나치다면 극의 몰입도을 방해하게되죠.
제 생각에 이 드라마의 각색 정도는 허용할만한 수준이고 상당히 많은 고증을
거쳤겠구나 생각이 절로 듭니다.
예전에 국내 드라마 중 대조영이 있었는데, 대조영 무리중에 김학철이 연기한
흑수돌이라는 인물이 있었죠. 이는 역사에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입니다.
삼국지의 유비,관우,장비 구도를 만들고 싶어서 각색을 한것 같은데
알려진 사실들의 정황관계를 개연성있게 각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이렇게
가공의 인물을 만들어내는 것은 개인적으로 참 몰입을 방해하는 김빠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역사라는 것도 100% 사실을 기록한것이 아니죠. 100% 진실은
그 시대를 살았던 그 당시의 당사자만이 알수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라는 것이 승자의 기록이기 때문에 반드시 진실일 수 없고 후대를 의식해
왜곡, 은폐 된 기록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드라마의 에피소드 중에 조비의 세자 책봉에 힘을 실어주기위한 신하들이
힘을 쓰는 씬이 있는데 여기서 순욱이 이와 관련된 말을 합니다.
'정사에 기록된 한 줄이 어떻게 모든 상황을 말해줄수 있겠는가.'
흑수돌이라는 인물은 진짜 있을법한 가상의 인물인데 반해, 오히려 미완의
책사에서의 몇몇 인물들은 가상의 캐릭터 같은데 실제의 인물입니다.
예를 들면, 장춘화의 여장부적 기질이 그렇습니다. 드라마에서 교사부에서
사마의를 감시하라고 붙여놓은 시종을 장춘화가 죽이는 장면이 있는데
'에이 이건 드라마라서 만들어놓은 이야기겠지' 했는데, 실제 정사의 기록입니다.
더 놀라운건 그때 장춘화의 나이가 13살 이었다는 것.
견부인의 죽음과 조예와 곽부인의 관계또한 정사의 기록만으로는 설명안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정사의 기록엔 조비의 아내인 견부인이 곽부인의 음해로 죽게 되고
그의 아들 조예를 곽부인이 맡아서 길렀다고 합니다.
정사의 기록을 보면 정황상 어색한 상황이 보이죠. 곽부인이 견부인을
시기해 죽이게 할 정도인데 어떻게 그의 아들을 맡아서 기르고 또 조예 또한
곽부인을 잘 따를수 있었는지...
드라마에서는 이를 이렇게 각색합니다.
견부인과 곽부인은 사이가 좋다. 또 다른 조비의 첩이 둘을 음해한다.
결국 견부인은 조비의 질투로 죽게되고 조예는 살기위해 곽부인을 어머니라고
부르며 양자로 들어간다.
이렇게 역사적 fact 를 기반으로 개연성 있게 풀어가면 시청자의 입장에서
'아 저럴수도 있었겠구나' 하면서 몰입을 할수가 있죠..
아쉬운 각색
극중에서 장춘화와 사마의는 애틋한 부부로 처음에 등장하는데, 조비가 첩을
하사합니다. 사마의가 그 첩을 맞이하는 과정이 참 지루해보입니다.
당시의 시대상과 가치관은 현재와 당연히 많이 다릅니다.
지금은 1부1처제가 보편화된 정서이지만 ( 물론 지금도 일부 기득권세력들은
첩이 있겠지만...) 삼국지 시대에서 왕을 비롯, 고위 관직에 있는 사람이
첩을 두는 것은 당시의 시대상입니다.
이를 드라마로 담아내는 과정에서 억지로 시청자에게
애처가인 사마의가 첩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쩔수 없는 불가항력의 상황이다
라고 끊임없이 설득하는 것같은 모습은 조금 지루해보였습니다.
정사의 기록엔 사마의는 첩을 셋이나 둔 것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나중에 사마의가 늙어서 병으로 누웠을때 병문안 온 장춘화에게
"늙다리(老物)가 가증스럽구나! 어찌 성가시게 나타났는가!"
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현재의 중국은 남자가 길거리에서도 여자한테 줘터지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애처가컵셉으로 사마의를 각색했지만 첩을 억지로 사사받은 이 부분은
기록과 동떨어진 면이 있어서 뭔가 설득력이 떨어지는 상황이 연출되는 것 같습니다.
특이점, 과감한 생략
- 전쟁씬이 거의 없습니다. 왠만한 전쟁은 언급도 안되고 적벽대전도 그냥
조조가 크게 패했다는 정황설명이나 대화를 통해 간접으로만 나옵니다.
- 철저한 사마의 중심 드라마. 주인공이 사마의이다 보니까 왠만한 인물들은
언급도 안되고 캐스팅도 없습니다.
극 초반에 추하게 생긴 중년의 아재가 유비역으로 조조에게서
도망치는 역할로 잠깐 스치고 지나가고. 관우는 수급이 담긴 박스로만 등장합니다.
카메라가 수급을 보여주지 않으니 결국 캐스팅도 없는 셈이죠.
생각할만한 부분
1. 인간의 사고 수준
삼국지의 시대는 200 년 이때 즈음 인데, 그때 우리나라는 고구려, 백제, 신라의
시대였으니 까마득한 옛날이지요.
그러나 까마득한 옛날임에도 9품관인법 같은 합리적인 인재등용 방안을
생각해냈습니다.
이로 미루어 짐작하건데, 인간의 과학수준은 지금과 당시는 한참 차이가 나지만
그에 반해 이성적인 사고 수준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것이 없어 보입니다.
2. 군신관계
삼국지 하면 유비,관우,장비의 이야기 이고 그들의 도원결의와
우정, 의리, 의협심 이런것들이 제일 처음 떠오릅니다.
그러나 조조, 조비의 위나라는 군신관계에 의해 성립된 철저한 이해타산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관계입니다. 친구 사이였던 조비와 조진 마저도 조비가
황제에 오르자 그 입장이 살짝 달라지는 것도 이해관계가 달라지기 때문이죠.
신하들은 군주의 속내가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머리를 쓰고, 자신의 의도를
감추기 위해 겉으론 항상 깍듯하게 예의를 갖추며 위장 충성을 보여줍니다.
조조, 조비 같은 군주 또한 신하들이 다른 꿍꿍이가 있지않나 떠보려고
사람을 붙여 감시를 하거나 이용가치가 떨어지면 또는 필요하다면 가차없이
죽여버립니다.
심지어 조조와 조비는 부자관계임에도 세자 책봉을 둘러싸고 술수와
계략이 등장합니다. 조조는 네째인 조식을 더 총애하며 내심 세자로 세우고
싶어해서 유약한 조식을 둘째인 조비에게 맞서게 하기위해 조식이 흠모하는
견부인을 조비의 아내로 혼인을 성사시키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조조가 머리를 써서 낸 수 이긴한데 나비효과같은 연쇄작용이
일어납니다.
조비, 견부인 사이의 메울수없는 골이 생김
-> 세자책봉과정의 스트레스, 되고나서도 견부인과의 불화로 조비 일찍 죽음
-> 조비의 아들 조예도 엄마인 견부인이 음해로 죽고 아빠인 조비에게도 총애를
받지 못하는 불행한 가정사, 황제가 되서 방탕한 생활하다 일찍 죽음.
-> 어린황제가 왕위계승, 사마씨에 왕위찬탈당함.
개인적으로는 조조가 잔대가리 굴려서 생각해낸것이 결국은
후손에 커다란 불행의 불씨가 된셈입니다.
만약에 조조가 견부인은 조식과 혼인시키고, 처음부터 조비를 세자로 책봉했으면
역사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지만... 역사에 만약이란건 없지요..
여튼 이런 사실 들 때문에 후세의 사람들이 조조가 난세에 큰 공을 세운
영웅인것도 인정하고, 삼국 통일도 위나라 기반의 진나라가 했지만
사람들이 삼국지 하면 유비,관우,장비의 의협심, 우정어린 이야기들을 제일 먼저
떠오르고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3. 충, 효
드라마를 통해 엿볼수 있는 이 시대의 가장 근간을 이루는 중심 사상은
충과 효인것 같습니다. 충과 효는 드라마의 중심 인물인 사마의와 조비 역시
계속 고뇌하는 사상들이었습니다.
한편으론 그 충, 효 사상때문에 예법, 절차같은 것들이 발달하게 된것같습니다.
드라마에 나온 일화 중, 견부인의 얼굴을 술김에 조비의 친구가 쳐다보게 되고
그것때문에 조비의 친구가 벌을 받아 관직을 떠나는 것이 나옵니다.
그만큼 궁중, 군신관계에서 지켜야할 예의, 법도가 굉장히 엄격하고 까다로웠다고
보여집니다.
개인적인 소견으로 그런 그들의 까다로운 예법들이 우리나라에도 많이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이 듭니다. 물론 과거 우리나라 왕조에서 중국의 예법을
많이 따랐다는 것은 말할것도 없고, 특히 제사, 장례문화가 많은 영향을 받은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결론
많은 생각을 하게 많드는 드라마였던것 같습니다. 그래서 리뷰도 참 길어졌지만..
생략이 많고, 친절한 정황 설명이 있는 드라마는 아니라서 삼국지에
대해서전혀 모르는 분들은 비추입니다.
삼국지를 예전에 읽어보거나 내용에 대해서 잘 아는 분들이라면 다른시각으로
삼국지를 볼수있게 되는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