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 대한 글은 전문가가 아니기에 쓰기 꺼려지지만 어제 일본의 축구를 보고

느끼는 바가 많아서 끄적거려 봅니다.


올해는 정말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서 인지 전과 비교해서 

상당히 침착한 분위기에서 월드컵을 즐기고있다.

낮아진 기대치로 인해서 나 또한 1급 발암물질인 대표팀 경기시청을 안하리라 다짐해보지만 그래도 

경기시간이 되면 여지없이 TV앞에 앉게 되고, 예상보다 좋은 경기력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지켜보다 '역시나...' 하며 TV를 끄게된다. 


독일전을 앞두고 현재 우리는 2패 중인데 아직 탈락이 확정은 아니지만 사실상 탈락인 상황이다. 

반면 오랜 라이벌인 옆나라 일본은 아주 잘나가고 있다. 

조편성 운도 억수로 좋더니, 첫 경기에서 3분만에 상대선수 퇴장 + pk 로 1골을 얻는 등

정말 축구의 신이 뒤를 봐주고 있는 것 같은 상황이다. 


일본도 월드컵을 앞두고 부진과 여러 잡음이 곂쳐 감독을 경질했다. 때문에 경기력이 좋지 않을거라

예상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생각외로 잘하고 있다. 

콜롬비아 전은 실력이라 믿고 싶지 않았고 운이라고 치부해버리고 싶었지만, 어제 세네갈과의 경기를 

보고나서 확실히 일본팀이 달라졌다는걸 느낄수 있었다. 


- 일본의 과거


일본팀은 과거에도 미드필드진의 세밀한 패스플레이를 좋아했다. 스페인 대표팀이 한창 티키타카 라는

패스플레이로 세계축구를 정복했을때 일본의 그것을 스시타카라고 부르기도 했다. 

막강해보이기만 했던 스페인의 티키타카도 공략법과 단점들이 드러나면서 요즘은 타키타카니, 스시타카니

하는 말도 잘 안쓰는 추세이지만..

이런 패스플레이의 점유율 축구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점유율을 높이면서 

공격전개가 이루어지고 전방에까지 볼이 이어지면서 슛팅까지 연결이 되어야 하는데 그 과정을 만들어가는것이

오래걸리는 것이 비효율적으로 보일수 있다. 수비진에서 롱패스로 바로 공격진까지 이어져서 골을 만드는것이

시간이 훨씬 적게 걸리기 때문이다.  



사실 일본이 패스플레이에 집착하는 것에는 그들이 전통적으로 왜소했던 탓이 크다. 

축구를 얘기하면서 식습관까지 거슬러 올라가기에 너무 억지로 보일수도 있겠지만 일본이 고기를 먹기 시작한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다. (675년 육식 금지령을 시작으로 1872년 육식금지령 해제)

주로 생선을 먹었던 나라이고 최근에와서야 육식을 즐기기 시작했다. 

최근에야 혼다 같은 비교적 신체조건이 좋은 선수들이 드물게 나타나기는 하지만 여전히 일본의 신체조건은

서양과 비교할것도 없고 한국보다도 못하다. 



- 일본의 스트라이커 


일본에서는 항상 고민이 스트라이커였다. 미들플레이어는 상대적으로 피지컬이 덜 중요하지만 상대 수비수들과

거친 몸싸움을 벌이고 이겨내야 하는 스트라이커라는 포지션에 대해서 일본은 항상 갈증을 느껴왔다. 

반면 한국은 언제나 그런 조건의 스트라이커를 가지고 있었다. 멀리 차범근 부터 최용수를 비롯해서

황선홍, 조재진, 이동국 등 포스트 플레이에 능한 스트라이커를 항상 보유하고 있었다. 

지금 대표팀의 에이스인 손흥민은 포스트 플레이어는 아니지만 역시나 체격조건이 좋은 선수다. 

일본 대표팀의 컴플렉스와도 같던 스트라이커의 부재 때문에 될성싶어 보이는 스트라이커 재목이 나타나면 

일본의 언론들은 호들갑을 떨었다. 


히라야마라는 이름을 혹시 들어본적이 있는가

박주영이 청대에서 아시아를 씹어먹고 있었을때 일본에서 나타난 스트라이커다. 기존의 일본선수와 다르게 

키가 커서 (190cm) 언론에서 괴물스트라이커라고 띄워주기 바빴다. 

사진출처 : http://m.fcseoul.com


한일전에서 박주영과 히라야마가 만나게 되었을때 아나운서는 '이 둘은 앞으로 지겹도록 만나게 될것이다'

라는 멘트를 했다. 청소년 대표에서 양국을 대표하는 플레이어이기 때문에 그러한 멘트는 수긍이 갔었다. 

그러나 예상과 다르게 박주영은 A 대표팀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아스날에서부터 망테크가 시작되었지만 ) 히라야마는 더 이상 A 대표팀에서 보기 힘들어 지면서 둘의 대결도

더 이상 보기 힘들어졌다.


부족한 포지션은 돈주고 선수를 사올수 있는 클럽축구와 다르게 국가대표팀은 그럴수 없기 때문에 

그 팀의 특징이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체구가 작은 일본의 특징이 미들플레이가 강조된 패스플레이어

집착하는 플레이로 이어진 것이다. 몸싸움을 싫어하고 근성이 부족한 특징때문에 상대가 피지컬을 앞세워 거칠게 

몰아치면 주눅들었던 것이 그간의 일본축구였다.  

히딩크는 호주감독시절 이점을 이미 간파했었고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일본에 한점 먼저 실점하고도 

체격우위를 앞세워 3-1 역전승까지 만들어냈었다. 

브라질을 만나도 선제골을 넣을정도로 초반에는 반짝하지만 뒷심이 부족해서 한번 밀리면

그대로 와르르 무너지던것 또한 일본의 특징이었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에서는 뭔가 달라진듯한 모습이다. 체격, 스피드 등에 밀리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으나 

그들은 그들의 장기인 패스플레이를 펼치며 콜롬비아전에서는 승리했고 세네갈전에서는 선제골을 내주고도

두번씩이나 따라붙었다. 

뭔가 이상하다. 내가 아는 일본이 아니었다. 할릴호지치 감독이 일본의 축구스타일을 바꿔보려고 체질개선을

시도했다가 성적부진을 겪고 해임된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결국 일본인 감독으로 바꾸면서 자기들의 

원래스타일로 돌아왔다. 

그들은 자신들이 제일 잘하는 플레이를 하면서 자신들의 단점까지도 보완하고 있는것 같다. 



 - 우리의 아쉬운점 


일본은 확실히 자기들 축구의 정체성을 찾은것 같고 이제 그 스타일을 고수해 나갈것 같다. 

반면 한국축구는 어떠한지 돌아보면...  의문만 남는다. 한국축구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과거 한국의 플레이 스타일은 윙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전방에 볼을 배급해주고 스트라이커가 

마무리하는 것이 많았다. 지금 대표팀의 모습은 패싱의 정확도가 너무 떨어져서 아무것도 안되고 있다. 

솔직히 '어떤 스타일의 축구다' 라고 말을 할수 없을 정도인것 같다. 

지난 월드컵의 실패로 인한 두려움 때문인지 공격적으로 나서야할때도 소극적인 모습들이 종종 보인다. 


분하지만 현시점에서 일본축구가 한국축구보다 나은팀이라는 것에 부정을 할수가 없다. 

앞으로 한국축구가 정상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일본축구처럼 우리들의 스타일을 찾아나가고

방망이 깍는 노인의 심정으로 누가뭐라해도 한길만 파며 장점을 발전시켜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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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돌고래트레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