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근교 화계사 템플스테이 후기
얼마전 다녀온 화계사 템플스테이 후기..
예전에 우연히 낙산사에 들렀다가 템플스테이 라는 것을 알게되서 한번쯤은 해보고 싶단 생각을 했다.
낙산사 같이 지방에 있는 사찰들이 더 템플스테이의 취지에 맞겠으나 너무 멀리 가면 부담스럽고 해서
서울근교에도 혹시나 있는가 해서 알아보니 화계사가 있더란..
북한산 자락에 위치해 있다.
이쪽 부근 (성북, 수유, 미아) 은 거의 와본적이 없어서 여행온 기분도 나고 그랬음.
템플스테이에도 종류가 있는데 따로 프로그램이 없고 그냥 쉬었다가는 컨셉의 휴식형,
여러 프로그램들로 꽉꽉 채워진 체험형이 있다. 그리고 당일 몇 시간만 하고 가는 것도 있다.
휴식형은 평일만 가능하고 체험형은 주말만 하는 것 같다.
나는 평일에 회사에 휴가 쓰고 간거라 휴식형을 선택했다.
가격은 생각보다 좀 비싸다. 다른데는 휴식형이 체험형에 비해 만원정도 빠지는데 여기는 그냥 똑같다.
이거슨 서울 프리미엄인가...?
뭐.. 지방까지 내려가는 차비는 안들었으니 그걸로 위안삼아야지..
가기전에 걱정되는게 있었다.
바로 밥을 먹고나서 그릇을 물로 헹궈 낸 후 그 물을 마시는 발우공양 때문이다.
난 비위가 약해서 발우공양은 진짜 못할 것 같은데 다행이 물어보니 여기는 발우공양을 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화계사 가는 버스를 타기 전, 속세에서의 마지막 만찬은 짜장면..
속세에서의 마지막 만찬. 짜장면에 군만두
수유.. 이 동네 저렴한 곳이 많이 보인다.
절밥 먹기전 예행연습하는 기분으로 싹싹 먹었다.
- 찾아가기
수유역에서 내려서 1번 출구에 마을버스 강북02 번이 있다고 하는 글을 봤는데 예전엔 그랬나보다.
지금은 강북02 버스가 1번 출구쪽으로 가지 않는다. 그 전에 맥도날드 쪽 골목에서 꺽어서 화계사로 간다.
한신대학교, 화계사입구에서 내리면 된다.
화계사에 도착 방을 배정 받았다.
원래 1인1실인지 사람이 없어서 1인1실 했는지 모르겠지만 방 하나를 온전히 내가 썻다.
방은 깔끔하다.
욕실이 세면대가 좀 작긴한데..
편해지려는 생각을 경계하고 수행이라고 생각하며 깨끗한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휴식형은 공양, 예불 외에는 자유시간이다.
북한산 자락을 둘러 볼 수도 있고 방에서 휴식을 취할수도 있다.
방에 있던 시간이 많아 저 티팟 세트는 참 유용했다.
템플스테이동안 읽었던 참 세속적인 책.. 속세를 벗어나도 머릿속까지 속세를 벗어나기 힘들다.
전망대에서 롯데타워가 보인다.
후기 및 감상평
휴식을 취하러 왔을까 진정한 나를 찾으러 왔을까 깨달음을 찾으러 왔을까..?
그냥 생각을 비우러 왔을까? 내가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는건가..
방에서 쉬면서 내가 여길 왜 왔을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많이 했다.
여기까지 왔으니 그냥 갈수는 없다는 생각도 들고..
감상적으로 생각했을때는 그냥 한적한 절에 들어오면 저절로 잡생각도 사라지고
깨달음도 얻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는데.. 그게 쉽지는 않겠다는것을 느꼈다.
좀 더 깊숙한 산자락의 사찰을 찾아가야 했었나...
원래 저녁 9시에 소등하고 취침인데, 너무 정신이 말똥말똥해서 뜬눈으로 새벽까지 있었다.
그러다가 불을 켜고 명상을 시도해봤다.
잠깐.. 아주 잠깐의 순간동안 명상에 집중할 수 있었는데 뭔가가 좀 깨달은 바가 있다.
깨달았다기 보다 스스로에게 했던 질문, 고민 들에 대한 힌트를 얻은 것 같다.
1박 2일 템플스테이 후 결론 :
절밥도 입맛에 안맞고 지루하다...
나는 온갖 유혹과 재미난게 많은 속세가 좋다.
그래도 가끔은 마음을 비우러 사찰은 찾아오고 싶다.